읽는데 참 불편해서 진도가 잘 안 나갔다. 이렇게까지 살아야하나 싶고. 하지만 세상엔 이렇게 사는 사람이 존재하니  방어하고 살아남기 위해 알아두면 좋은 법칙들이다.


10 설령 상대의 등을 찌르더라도, 손에 벨벳 장갑을 끼고 얼굴에는 더없이 온화한 웃음을 흘리며 그렇게 했다. 완벽한 궁정신하는 강압이나 노골적인 배반 행위를 이용하는 대신, 유혹이나 매혹, 기만, 교묘한 전략 등을 통해 자신의 뜻을 이루었으며 늘 몇 수 앞을 계획하고 행동했다.

16 권력은 근본적으로 도덕과 관계가 없다. 권력을 얻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술 가운데 하나는 선악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보는 능력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권력은 게임이다.

17 누구를 연구하고 누구를 신뢰할 것인지 구별해놓지 말라. 어느 누구도 완전히 믿지는 말고 모든 사람을 면밀히 연구하라.

253 자신의 가치를 매기는 것는 당신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 적게 요구하면 그만큼만 얻게 된다. 하지만 많이 요구하면 당신이 왕만큼 가치있는 사람이라 말하는 것이다.
... 조용하게 확신을 보여라. 절대 의구심을 보이지 말고 위엄을 잃지도 말라.
... 행동은 고상하게 하고, 뜻은 높게 품어라.

447 권력자는 젊었을 때 엄청난 창의력을 발휘해 새로운 형태로 새로운 것을 보여준 이들이다. 사회는 새로움을 갈망하기 때문에 그것을 충족시켜 주는 이에게 권력을 부여한다. 문제는 다음에 발생한다. 그들 중 다수가 보수적이거나 소유 지향적으로 변한다. 그들은 더 이상 새로운 형식을 꿈꾸지 않는다. 정체성이 확립되고 습관이 굳어지며 완고하여 손쉬운 목표물이 되고 만다. 누구나 그들의 다음 단계를 알아챈다.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권태 유발의 주범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무대에서 떠나라! 우리를 즐겁게 해줄 새로운 젊은 피가 필요하다. 권력자가 과거에 갇히면 우스운 꼴이 되고 만다.
... 권력은 형식이 유연할 때만 번영할 수 있다. ... 강자는 끊임없이 형식을 창조하고, 그의 권력은 신속하게 변신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아일랜드인 두 명이 호메르스 서사시를 조사를 위해 알마니아 작은 산악마을 N군으로 왔다. '물소의 뼈'라는 오래된 여인숙에서 음유시인을 만나 서사시를 녹음하고 연구하려는 목적으로 왔지만 알마니아는 그들은 스파이로 의심하고 감시하며 엉뚱한 코미디가 벌어진다.

옛날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음유시인들을 통해 글을 사용하지 못했던 그 시절의 흔적을 보면서, 기억과 망각과 변환의 속도의 차이로 현실의 시간 감각까지 바꿔버리는 이상한 세계의 신비처럼 느껴졌다.

우리에게 글이 생겼고 녹음기가 생겼고 사진기가 생겼다. 지금은 모든 기능을 집약한 스마트폰이 있다. 기술의 발전은 말의 무게와 힘, 기억하는 능력을 퇴화시키고 있다. 기계는 사람을 이롭게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그래도 누군가는 깊숙히 숨겨진 음유시인의 DNA가 발현될지도..

37 우리는 아주 가난한 나라야. 이런 나라에서 흔히 그렇듯, 정보를 알아내는데 눈은 그리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해. 이곳 사람들은 대다수가 문맹이고, 글을 읽고 쓰는 사람들조차도 그것을 즐기지 않거든. 글이나 편지를 쓴다거나 신문을 규칙적으로 읽는 사람은 드물지. 서명이나 도장 찍힌 서식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유산상속 같는 일조차 여기선 모두 구두로 하니까 말야. 그럼 서명이나 도장 대신 무엇으로 어떻게 하냐고? 그건 위협이야. "내가 말한 거 안 해주면 끝장날 줄 알아!" "크게 다칠 줄 알아!" "죽어서 땅에 못 묻힌다구!" 등등.

 



폴 투르니에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사람은 혼자 살 수 있는 존재도 아니며 혼자가 유익한 순간이 있지만 함께가 유익한 순간도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피로를 줄이기 위해 혼밥, 혼술과 같은 1인 사회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균형이 무너지고 있고 사회가 병들어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나부터도 혼자 있기를 강하게 선호한다. 점점 인간 관계를 중립적이고 냉정하게 대하려고 맘을 먹을 정도다.

폴 투르니에는 사회 변화의 원인을 역사적, 철학적, 의학적으로 깊게 고찰하며 그 해결책으로 인격적인 관계 회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여성의 역할이 크다고 얘기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고통스런 사건을 겪으며 두려움에 떨었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지성 중심, 이성적, 객관적인 것을 내새웠고 상대적으로 직관, 감정적, 주관적이 요소를 제거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극단적인 역경은 속죄양 메커니즘(비난과 고발 대상 찾기) 발현시켜 약자를 공격했다. 결국 후자 성향이 강하고 약자인 여성은 희생양이 되어 가정에 겪리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근 400년간 그렇게 살아왔으니 무의식에 깊이 각인될 정도의 시간이었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말이다.

그 결과 사회 안에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감정을 배제한 관계는 상대를 인격으로 인정하지 않고 하나의 도구로 보고 개인화를 주장하며 선을 그었고 고독과 우울로 병들고 아파하고 있다. 혼자만의 두려움과 싸우다가 쓰러지거나 자기 방어적인 비난과 경멸, 혐오, 무시를 위한 단체에 숨는다.

긴 세월동안 소외된 여성들은 여성 해방 운동에 뛰어들었고 엄청난 기여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여성들이 남성들만큼(남자처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뿐이며, 이는 남자들의 방식을 순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여성적인 요소와 강점을 부활시켜 이전의 요소들과 상호 보완적인 균형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요구한다. 반면 힘을 합치기 위해 여성단체가 개인을 억압하는 모순도 일부 나타나는데 개인(또는 소수)의 생각과 선택을 존중하는 인격적인 관계를 내새우길 강조한다.

여성의 참여로 사물의 세계를 개선시켜가면서 동시에 삶과 감정을 나누는 인격의 세계를 균형있게 유지될 수 있기를 권하고 고대하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다.


37 그러므로 우리 문명에서는 사물에 대한 취향과 인격에 대한 감각이라는 상호 보완적인 두 극이 균형적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 남성 중에도 인격 감각을 지닌 사람도 있고, 여성 중에도 과학 기술과 사물 쪽으로 기울어진 사람이 있다. 그러므로 남성과 여성의 상호 보완성은 남성과 여성 간의 외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내적으로 우리 각자 속에 있는 두 성향 간의 조화 문제이기도 하다.

56 이 세계에서는 객관적인 연구가 가능한 질병은 정복되었지만, 사랑의 결핍에서 오는 신경성 질병은 증대되고 있다. 또한 우리는 막대한 물질적인 부를 축적하긴 했지만 삶의 질은 저하된 사회에 살고 있다. 삶의 질은 다른 질서, 곧 감성의 질서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116 직장 일이든 감자 껍질 벗기는 일이든 여성은 결코 어떤 것을 위해 일하지 않고 항상 누군가를 위해 일하게 마련이다. 여성은 자기 남편이나 고용주가 허망하고 이기적인 인간임을 발견하게 되면, 자기 일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뿐 아니라 착취당하는 종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

122 하지만 지금까지는 고용에 관한 한 여성 해방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룩한 것이라고는 겨우 과거에는 남성이 지배했던 전문직들을 여성에게도 개방한 것인데, 그것도 여성이 남성들이 만든 규칙에 순응한다는 조건과, 명령을 내리는 직책이 아니라 명령에 순응하는 직책만을 맡는다는 조건하에서 허용한 것이다.

134 민주주의 수립의 첫 번째 단계는 소수가 다수를 압제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단계는 더욱 성취하기 어려운 단계로서 다수가 소수를 압제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229 경멸은 욕망과 결부되어 있는 동시에 두려움과도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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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와 길상. 갈등과 고통이 커지고 깨질 것 같았던 순간 사고를 계기로 다시 연결되고,
봉순, 환이, 관수, 석이 ..... 흩어지고 끊어졌던 이들이 다시 등장하며 끈이 이어지고 있다.

폴 투르니에의 글에서는 천천히 꾹꾹 눌러 쓴 느낌이 난다. 쉽게 읽히진 않지만 많은 것들을 담아놓았다. 천천히 약재를 달이는 과정이 있어야 섭취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참된 인간이 되기 위해 신과 이웃과의 인격적 관계, 결합을 강조한다.
그는 아내와의 깊은 교제로 신앙과 인생의 전환과 성장이 있었다. 그래서 결혼과 가정과 여성에 대해 애정을 담고 건강한 결혼 생활을 통한 유익을 권한다.

인격 확립은 의사, 상담사, 신학자, 부모, 멘토와 같은 누구도 다른 사람를 강요하거나 대신할 수 없다. 각자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인간이 되어야한다. 점점 세상은 비인격화 되어 직장에서는 부속품처럼 느껴지고 가정과 여러 모임에서 관계가 깨지고 있다. 스스로 참된 인간이길 노력하면서 다른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88 ..겉보기 인간과 참된 인간을 분별하지 못한다.... 우리는 전 생애에 걸쳐 같은 겉보기를 계속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겉보기를 보이기 때문이다. .. 어떤 친구와는 정직하고 사려 깊은 사람으로서 사귀는가 하면, 다른 친구와는 흐트러진 태도를 가진 사람으로서 사귀기도 한다.

100 자연이 우리를 감동시키고 감탄의 염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 꾸밈없는 외관 때문이다. 자연은 아름답다. 자연은 아무런 꾸밈도 없고 단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옷을 입고 있을 것이다. 옷을 벗어버리려 하는 것은 신체 일부를 떼어내려는 것과 같을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신체와 합치하는 것이고, 옷으로 내면을 숨기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171 우리 마음을 흔들고 다른 사람과의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것은 진심이 섬광처럼 나타나는 투명한 매 순간이다. 완전한 투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완전한 투명에 최대한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무엇보다도 특권적인 인간관계는 단 하나, 즉 결혼이다. 그러므로 부부가 나누는 대화는 그것이 참된 대화인 한, 비길 데 없는 풍요함을 가지며 인격을 형성하고 자아를 발견하는 데 놀라운 효과를 지닌다.

202-203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세계에 대해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 사물의 의미에 대해서, 병이나 치료, 삶이나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스스로의 결점, 책임, 잘못을 자각하고 여기에 어떠한 해결책이 있는지 자문한다. 나는 인간이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신이 그렇게 하도록 했기 때문이고, 인간 자신이 알지 못하고 있더라도 신이 그에게 말을 건네기 때문임을 알고 있다. 신은 신자에게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말을 건넨다. 신앙이란 다만 그 이야기 상대를 인정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하는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204 그때 신이 언제나 모든 사물과 인간을 통해서 말하고, 시인을 통해서, 음악가를 통해서, 어린아이나 노인을 통해서 말하고 있음을 이해한다. 또한 본보기가 되는 위대한 신앙인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어느 누구를 막론해서 말하며, 꽃이든 동물이든 꿈이든 현실이든 모든 것을 통해서 말한다는 것도 이해한다.

205 그러나 특히 신의 말씀을 잘 들을 수 있는 것은 계시되고 구현된 '말씀'의 책인 <성서>를 통해서일 것이다. 신과의 인간적인 접촉이 확립되는 것은 바로 이 <성서>를 매개로 해서다.
... 신은 살아 있는 인격, 질문하고 간섭하고 행위하고 고민하는 인격이며, 예수에 의해 역사 속으로 들어오고 '성령'에 의해 인간 속으로 들어온 인격이다. ... 그것은 운동, 충동, 지도적 힘이지 고정된 본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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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 리의 <데몬>이나 <하와>에서 악마와 하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지만 이번 <유다>는 아니었다. 자책과 율법주의, 자기 합리화나 자기 중심적인 시선... 모두 유다의 모습을 갖고 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에 닿지 않았다.

유다보다는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까지 예수님의 행적과 고통을 따라가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고난주간을 맞아.

유다가 예수님을 향한 사랑을 외치는데 아가서가 생각났다. 처음 자기 중심의 사랑, 다음 우리 중심의 사랑, 마지막으로 상대 중심의 사랑으로 완성되는 과정에서 유다는 처음 단계에서 멈춰버린 인간적인 사랑 고백만을 외쳤다.

비극적 이야기가 끝나고 번역가의 후기로 뒷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다행이다.



258-259 "유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어느 이른 아침에 예수께서 물으셨다. 우리가 산에 올라 밤새 기도하고 난 다음이었다.
"온 마음으로 사랑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피곤하고 지쳤고 그분이 돌아오시기를 간절히 바랐다. 우리에게로. 다시 한 번 삶으로.
내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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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을 내기까지 마음이 쌓이고 생각이 쌓이고 무르익어가길 기다린다. 아구가 찰 때를 기다린다. 사람마다 그릇의 크기가 다르고 강도가 달라서 때가 오기 전에 금이 가거나 깨질 수도 있겠다.

 
세월이 지나고 서희가 성인이 됐다. 독기와 지혜로 부를 거머쥐었다. 함께했던 주변에 얽히고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 중에 몇몇은 떠났고 떠나려고 한다.

214 한 생명에 대한 자비와 다른 생명에 대한 잔혹, 꾀꼬리 새끼를 위해 여치의 목을 비틀어 죽인 일, 이 이율배반의 근원은 어디 있으며 뭐라 설명되어질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의 경우에 있어서도 약육강식의 원칙인냐? 아니다. 사랑의 이기심이냐? 아니다. 애정의 의무냐? 그것도 아니다. 그러면 선택이냐? 그것도 아니다. 그러면 무엇이냐? 이 이율배반의 자비와 잔혹은 영원한 우주의 비밀이냐?

 



이야기 속에 헨리는 작가 얀 마텔 그 자체였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가 모호하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의문과 글에 대한 철학, 출판사와의 쉽지 않는 미팅, 나중에 유명작가라는 것을 알았을 때 상대의 변화...

헨리는 박제사가 보낸 우편물에 호기심?호감?을 갖고 다가갔다. 헨리 이외에는 모두 그를 혐오했는데 실감나는 박제와 희곡 속의 베아트리스와 버질이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무뚝뚝하고 남과 소통할 줄 모르고 일방적인 박제사지만 그가 쓴 희곡에 투영된 그의 이야기가 그에 대해 단서를 내놓는다.

(이제부터 스포일러가 될 수도...)

처음부터 홀로코스트에 대한 소설이라고 명시했지만 어느 부분이 어떻게 관계된 건지 미궁 속에서 시작한다. 처음 단서는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엽기적인 단편, 그리고 당나귀 베아트리스와 고함원숭이 버질이 나오는 희곡의 조각조각이 차례로 주어졌다. 베아트리스와 버질이 유대인들로 보여서 박제사가 유대인인가 싶었는데 점점 드러나는 이야기로 그는 박해자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런 인간의 잔인성, 시체보다 지독한 악취를 희곡에서 말한다. 어떻게 보면 버질의 꼬리를 잘라낸 자도 그였고 박제로 붙인 자도 그였다. 박제로 꼬리는 감쪽같이 붙어있지만 이어붙인 상처가 남았고 이미 죽은 존재이다. 되돌릴 수 없다. 조각들이 맞아들어가며 전체 그림의 윤곽이 보이면서 긴장됐고 떨렸고 다소 충격을 받았다.


박제사는 희생자가 주인공인 희곡을 썼다. 그들의 고통과 두려움과 사랑에 대해 깊이 헤아렸을 것이다. 박제사는 과거를 반성했던 걸까? 구원받길 원했던 걸까? 심판받길 원했던 걸까? 무엇보다 의문점인 것은 어떤 포인트에서 헨리는 갑자기 박제사를 혐오하게 되었는지다. 그때까지도 그가 박해자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까? 그리고 혐오하고 거부하는 헨리에게 왜 박제사는 폭력을 가했고 스스로 홀로코스트가 되었을까?

[파이 이야기]가 그랬던 것처럼 후반으로 들어가자 가슴이 저미는 충격이 있었고 결론은 독자에게 넘겨졌다. 여운이 감돌아 한동안 되씹을 것 같다.

 
6 20대 초반에 「신곡」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단테가 그처럼 안내자를 활용한 수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실제로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줄곧 안내자의 도움을 받았다. 우리 모두에게는 안내자가 필요하다. (서문 중)

19 삶에 대한 우리의 감상과 지식은 서점과 도서관에서도 픽션과 논픽션으로 구분돼 다른 통로와 다른 층에 진열된다. 출판사들도 책을 기획할 때 상상을 다루는 픽션과 이성을 다루는 논픽션을 구분한다. 하지만 작가는 둘을 뚜렷이 구분하며 글을 쓰지 않는다. 소설이라고 철저하게 비이성적인 창조물이 아니며, 평론이라고 상상력이 철저하게 배제된 글은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뭔가를 생각하고 어떤 행동을 할 때 상상에 관련된 부분과 합리적인 부분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진실과 거짓이 있을 뿐이다. 우리 삶에서 그렇듯이, 책에서도 초월적인 기준이 있다면 진실과 거짓이다. 따라서 진실을 말하는 픽션과 논픽션을, 거짓을 이야기하는 픽션과 논픽션을 구분하는 편이 훨씬 낫다.

65 이야기 어디에서도 동물들을 살상하는 이유는 설명되지 않고, 그에 따른 응보도 없다. ...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며 쥘리앵과 하느님의 화해를 확실하게 해주지만, 동물에게 가한 폭력은 해결되지 않은 중대한 문제로 남겨졌다.

98 헨리는 그 박제사가 자신에게 보낸 희곡을 정말 그가 썼을까 의심스러웠다. 이처럼 지독히 진지한 거인이 배에 대해 장난 같은 희곡을 썼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예술은 종종 내면에 깊이 감춰진 자아를 드러낸다.

141 버질: 내 생각에 믿음은 햇살을 받으며 지내는 것과 비슷한 거야. 햇살을 받고 있을 때 그림자를 만들지 않을 수 있어? ... 햇살을 받고 있는 한 네가 어디를 가든 그림자는 따라다녀. 그런데 햇살을 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157 "현실은 우리 능력을 넘어섭니다. 현실을 말로 완벽하게 표현하기는 힘듭니다. 간단한 배조차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모든 걸 먹어버립니다."

180 베아트리스: '모든 것이 끝나는 어느 날, 우리가 겪은 일들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하고 물었어.
(버질이 넘어진다.)
버질: 그건 우리가 살아남을 때 말이지.

203 "동물들은 수천 년을 견뎌왔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맞아서도 견뎌냈고 적응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본성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
"변해야 하는 건 우리지, 그들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완벽했는데.... 그것을 잃었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배신, 상처, 절망, 탐욕, 죽음, 다툼, 질투... 범죄 이후 변화들이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워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힘들었다.

아담과 하와,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는 너무 유명하다. 하지만 그 안에 각 사람들과 주변에 대해 깊에 생각해보지 못했다. 작가도 말씀을 표면적으로 말고 깊이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한다. 말씀을 중심으로 성경 역사학자의 전문적인 자료 바탕으로 이야기에 살을 붙였다.

특별히 가인에 대해서 그려진 모습에 많은 생각을 했다. 가인과 아벨의 대조는 에서와 야곱으로 연상되었다. 하나님은 아벨과 야곱을 선택하셨고 만나주셨고 만져주셨다.

노년의 하와는 긴 여정을 지나고 하나님의 뜻을 이해했다. 말씀은 세상이 모르는 드러난 비밀이다. 가난하지만 부유하고 슬프지만 기뻐하고 약하지만 강하게 되는 모르지만 알게되는 일들을 경험하며 깨닫게 된다. 이것 또한 하나님이 함께하시고 관여해주시는 증거가 되리라. 마지막까지 관여해주시길 기도한다.

 

370 그 시절에 나는 웬만한 일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부패가 가득한 세상, 통탄할 행위들과 악행이 복잡하고 격렬한 색조로 진화한 세상에서는 카인의 행동이 더이상 두드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게 충격을 주는 것은 아름다움이었다. 친절함과 사랑이었다. 그것들이 훨씬 희귀했다.

418 내 아들들아, 딸들아, 이 말을 잘 들어라. 하나님은 세상의 법칙에 따라 일하시지 않는다. 그분은 세상을 창조하셨고 새롭게 창조하실 수 있다. 그분은 인간의 논리에 따르거나 뭔가 얻어 낼 목적으로 일하시지 않는다. 내가 평생 동안 품어 왔던 질문의 해답을 이제 안다. 그 답을 얻기까지 한 평생이 걸렸다. 마침내 나는 그분에게 말씀드릴 수 있다. "저는 압니다. 저는 이해합니다."

420 그 약속이 옳다는 것만 알뿐. 그것으로 족하다.

 

법칙들이 대체로 기본에 충실한 습관과 단련들이다. 이런 법칙들을 강요하기 보다는 이런 것들이 있으니 참고해서 자신만의 법칙을 만들어가라는 논조라서 편안히 읽을 수 있었다.

 

 

1. 의지력과 습관
- 의지력 용량 늘리는 인내심 기르기와 운동하기
- 한정된 의지력의 계획적 사용
. 가장 좋은 상태인 오전에 중요한 결정 및 일을 한다. 아침에 명상과 계획을 세운다.
. 옷과 식사로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는다 : 캡슐 옷장, 캡슐 식단(냉장고)...
. 점심 식단에 정제 탄수화물 가공식품 x
- 에너지 절약을 위한 자동반사적 루틴 만들기

2. 원하는 모습, 목적 상기
- 원하는 모습 그리기: 따뜻함, 진실함, 성실함, 단호함, 감사 생활
- 상대의 목적의식을 이해하고 일한다.
<권력의 법칙> 읽어보자...
- 나에게 에너지와 기쁨을 주는 일, 중요하고 유용한 일 위주로 채운다.

3. 말의 힘. 언어습관에 진정성과 의지를 담는다.
- '못한다'는 거짓말이다. 자원과 문제해결의 창의력, 즉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뿐. 가능하다.
- '필요하다'는 부담과 위협을 주는 말. '원하다'의 부탁과 요청의 말로 바꾼다.
- 세상에 절대적으로 '나쁜' 일은 흔하지 않다.
- '해보자'는 애매모호한 말 대신 '하자'는 확실한 말을 한다.

4. 신념과 습관 업그레이드
- 한계 짓는 신념을 찾아 긍정과 낙관으로..
- 습관의 노예가 되지 않는 upwire 강화학습
- 좋은 습관: 듣는 습관, 경청한다.

5. 배우는 자세 (FAST)
- forget: 배울 땐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자신의 한계, 잡념을 잊는다.
- active: 적극적으로 필기하고 타인과 공유한다.
(정리) 개념, 아이디어 || (창의) 느낌, 생각, 질문
- state: 두뇌/신체/기분 상태를 통제한다. 가능하다.
- teach: 가르친다고 가정하고 그 정도로 소화한다.
- 기억을 높이는 훈련(dual N-back 같은)으로 두뇌의 램 메모리 업그레이드

6. 두려움 조절하는 힘은 '사랑', '감사', '따뜻한 마음'
- 아침: 하루를 위한 기도로 시작
- 저녁: 하루를 돌아보며 마무리
- 부정적 감정은 빨리 쏟아내고 정리

7. 휴식과 수면
- 무리하지 않고 스트레스와 에너지를 조절한다.
- 자신의 일주기성 인자 확인( 나는 사자, 아침형)
- 충분한 햇볕, 수면 시 인공조명 차단, 해 지면 금식
- 수면에 좋은 자세: 반듯이 누운자세X, 머리부분 높게, 얇은 패드 정도의 바닥에서

8. 운동
- 바른 자세와 방법이 중요하다.
- 장시간 앉아 있는 습관은 독
- 근력운동을 하고 유산소 운동은 적당히 ( 장거리 유산소 운동은 노화와 염증의 원인)
- 스트레칭과 유연성

9. 그리고 음식, 관계, 자연, 감사 등등

 

42 버처드는 인간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 개인적 자유라 본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란 본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자신에게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을 하고자 하는 심리를 말한다.

61 의식적인 노력 없이 반사적으로 행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뇌에 새로운 신경망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망을 구축하는 능력을 최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수행능력을 높이는 습관이 우리 몸에 입력된다고 볼 수 있다. 몸에 밴 습관 덕분에 아낀 에너지는 더욱 큰일에 쓸 수 있기 때문에 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68 듣는 습관을 기른다. 대다수의 사람은 타인의 말을 듣기보다는 다음에 할 말을 준비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친구나 동료와 대화를 나눌 때 미리 할 말을 머리속으로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하자. 타인의 말을 경청한 뒤 입을 뗀다면 누구든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다.

115 비난하는 자들에게 마음속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자. 적어도 그들은 당신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니까.
비평가들과 소통할 때... 당신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감사 인사를 잊지 말라.

206 음식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와 유전자에 메세지를 전달하고 동시에 유전자 발현에도 영향을 미친다.

349-350 비탈리스는 현재 우리가 공장식 농장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 농장의 목표는 인간의 건강과 행복, 웰빙, 장수가 아니다. 인간의 삶을 짧게 줄인다는 목표하에 어떤 비용을 감내하더라도 생산성을 최대화 하고 있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가위질을 당하고 자라면서 트라우마를 입고 세뇌를 당한다. 그러고 나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세금을 내며 평생을 살다가 너무 이른 죽음을 맞이한다. 인간이 사육되는 공장식 농장의 현실이다.

389 감사하는 마음이 지닌 진정한 힘을 느끼기 위해선 모든 상황 속에서, 심지어 고난 속에서도 감사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실패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나는 세 가지 감사한 일을 말할 때 그중 한 가지는 꼭 실패 속에서 찾아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며 살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연습하면서 나는 용서하는 법을 배웠다. 부정적인 감정을 흘려보내고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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