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인 두 명이 호메르스 서사시를 조사를 위해 알마니아 작은 산악마을 N군으로 왔다. '물소의 뼈'라는 오래된 여인숙에서 음유시인을 만나 서사시를 녹음하고 연구하려는 목적으로 왔지만 알마니아는 그들은 스파이로 의심하고 감시하며 엉뚱한 코미디가 벌어진다.

옛날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음유시인들을 통해 글을 사용하지 못했던 그 시절의 흔적을 보면서, 기억과 망각과 변환의 속도의 차이로 현실의 시간 감각까지 바꿔버리는 이상한 세계의 신비처럼 느껴졌다.

우리에게 글이 생겼고 녹음기가 생겼고 사진기가 생겼다. 지금은 모든 기능을 집약한 스마트폰이 있다. 기술의 발전은 말의 무게와 힘, 기억하는 능력을 퇴화시키고 있다. 기계는 사람을 이롭게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그래도 누군가는 깊숙히 숨겨진 음유시인의 DNA가 발현될지도..

37 우리는 아주 가난한 나라야. 이런 나라에서 흔히 그렇듯, 정보를 알아내는데 눈은 그리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해. 이곳 사람들은 대다수가 문맹이고, 글을 읽고 쓰는 사람들조차도 그것을 즐기지 않거든. 글이나 편지를 쓴다거나 신문을 규칙적으로 읽는 사람은 드물지. 서명이나 도장 찍힌 서식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유산상속 같는 일조차 여기선 모두 구두로 하니까 말야. 그럼 서명이나 도장 대신 무엇으로 어떻게 하냐고? 그건 위협이야. "내가 말한 거 안 해주면 끝장날 줄 알아!" "크게 다칠 줄 알아!" "죽어서 땅에 못 묻힌다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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