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투르니에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사람은 혼자 살 수 있는 존재도 아니며 혼자가 유익한 순간이 있지만 함께가 유익한 순간도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피로를 줄이기 위해 혼밥, 혼술과 같은 1인 사회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균형이 무너지고 있고 사회가 병들어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나부터도 혼자 있기를 강하게 선호한다. 점점 인간 관계를 중립적이고 냉정하게 대하려고 맘을 먹을 정도다.

폴 투르니에는 사회 변화의 원인을 역사적, 철학적, 의학적으로 깊게 고찰하며 그 해결책으로 인격적인 관계 회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여성의 역할이 크다고 얘기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고통스런 사건을 겪으며 두려움에 떨었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지성 중심, 이성적, 객관적인 것을 내새웠고 상대적으로 직관, 감정적, 주관적이 요소를 제거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극단적인 역경은 속죄양 메커니즘(비난과 고발 대상 찾기) 발현시켜 약자를 공격했다. 결국 후자 성향이 강하고 약자인 여성은 희생양이 되어 가정에 겪리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근 400년간 그렇게 살아왔으니 무의식에 깊이 각인될 정도의 시간이었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말이다.

그 결과 사회 안에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감정을 배제한 관계는 상대를 인격으로 인정하지 않고 하나의 도구로 보고 개인화를 주장하며 선을 그었고 고독과 우울로 병들고 아파하고 있다. 혼자만의 두려움과 싸우다가 쓰러지거나 자기 방어적인 비난과 경멸, 혐오, 무시를 위한 단체에 숨는다.

긴 세월동안 소외된 여성들은 여성 해방 운동에 뛰어들었고 엄청난 기여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여성들이 남성들만큼(남자처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뿐이며, 이는 남자들의 방식을 순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여성적인 요소와 강점을 부활시켜 이전의 요소들과 상호 보완적인 균형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요구한다. 반면 힘을 합치기 위해 여성단체가 개인을 억압하는 모순도 일부 나타나는데 개인(또는 소수)의 생각과 선택을 존중하는 인격적인 관계를 내새우길 강조한다.

여성의 참여로 사물의 세계를 개선시켜가면서 동시에 삶과 감정을 나누는 인격의 세계를 균형있게 유지될 수 있기를 권하고 고대하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다.


37 그러므로 우리 문명에서는 사물에 대한 취향과 인격에 대한 감각이라는 상호 보완적인 두 극이 균형적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 남성 중에도 인격 감각을 지닌 사람도 있고, 여성 중에도 과학 기술과 사물 쪽으로 기울어진 사람이 있다. 그러므로 남성과 여성의 상호 보완성은 남성과 여성 간의 외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내적으로 우리 각자 속에 있는 두 성향 간의 조화 문제이기도 하다.

56 이 세계에서는 객관적인 연구가 가능한 질병은 정복되었지만, 사랑의 결핍에서 오는 신경성 질병은 증대되고 있다. 또한 우리는 막대한 물질적인 부를 축적하긴 했지만 삶의 질은 저하된 사회에 살고 있다. 삶의 질은 다른 질서, 곧 감성의 질서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116 직장 일이든 감자 껍질 벗기는 일이든 여성은 결코 어떤 것을 위해 일하지 않고 항상 누군가를 위해 일하게 마련이다. 여성은 자기 남편이나 고용주가 허망하고 이기적인 인간임을 발견하게 되면, 자기 일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뿐 아니라 착취당하는 종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

122 하지만 지금까지는 고용에 관한 한 여성 해방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룩한 것이라고는 겨우 과거에는 남성이 지배했던 전문직들을 여성에게도 개방한 것인데, 그것도 여성이 남성들이 만든 규칙에 순응한다는 조건과, 명령을 내리는 직책이 아니라 명령에 순응하는 직책만을 맡는다는 조건하에서 허용한 것이다.

134 민주주의 수립의 첫 번째 단계는 소수가 다수를 압제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단계는 더욱 성취하기 어려운 단계로서 다수가 소수를 압제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229 경멸은 욕망과 결부되어 있는 동시에 두려움과도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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