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 리의 <데몬>이나 <하와>에서 악마와 하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지만 이번 <유다>는 아니었다. 자책과 율법주의, 자기 합리화나 자기 중심적인 시선... 모두 유다의 모습을 갖고 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에 닿지 않았다.

유다보다는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까지 예수님의 행적과 고통을 따라가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고난주간을 맞아.

유다가 예수님을 향한 사랑을 외치는데 아가서가 생각났다. 처음 자기 중심의 사랑, 다음 우리 중심의 사랑, 마지막으로 상대 중심의 사랑으로 완성되는 과정에서 유다는 처음 단계에서 멈춰버린 인간적인 사랑 고백만을 외쳤다.

비극적 이야기가 끝나고 번역가의 후기로 뒷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다행이다.



258-259 "유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어느 이른 아침에 예수께서 물으셨다. 우리가 산에 올라 밤새 기도하고 난 다음이었다.
"온 마음으로 사랑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피곤하고 지쳤고 그분이 돌아오시기를 간절히 바랐다. 우리에게로. 다시 한 번 삶으로.
내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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