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시체가 있다.
그리고 두 쌍의 부부.

상대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을 완성해주길 요구하고, 상대가 완벽하다고 스스로 내몰은 착각 속에 결혼했다. 당연히 불행했다. 서로를 불신했다. 삐뚤어진 자존심과 사랑은 누구든지 악마로 만들 수 있다.

어느 모임에서 만난 노년을 향해가는 어느 부부가 결혼을 권했다. 그냥 결혼이 아니라 행복한 결혼을. 상대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중점을 두면 된다고.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그분들은 그렇게 실천하고 계셨으니까..



 

춘희(동백꽃 아가씨)는 동백꽃을 좋아하는 창녀인 마르그리트 고티에와 사회 초년생 아르망 뒤발의 열병같은 사랑이야기다.

폐결핵 환자인 마르그리트의 화류계 생활은 건강을 악화시키기만 하는데 다른 사람들과 달리 진심으로 걱정하는 아르망의 사랑에 감동하고 연인이 된다.

사랑으로 눈이 멀고 요동치는 심리 묘사와 무모한 행동, 젊은 때의 열정과 사랑이 영원하지 않기에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중년들의 모습 등 흔하지만 생생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약함과 강함, 단순함과 복잡함, 지혜와 어리석음, 따뜻함과 냉정함을 담아..

 

 

 



8 내 삶과 마음을 건드리지 못하는 공부는 금방 잊히며, 결국 아무 데도 써먹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 사회문제를 빗대어 풀어가는 이야기가 내 마음을 건드리기엔 약하게 느껴졌다. 앞서 읽은 「분노사회」가 좀 강했다.

로마법은 그리스도교에 기반을 두어 성경말씀에 기반을 둔 것이 많다. 하지만 그 초기부터 순수성을 잊고 권력층에 유리한 쪽으로 변질이 일어났다.
역사가 흐르면서 지도자, 특권층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 유리하게 악용하는 모습에 분노할 수 밖에 없다. 약자를 위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혁명을 일으키고 변화를 만들어냈다.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윤리와 정의, 창조원리의 선을 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 안에 이 법이 선순환을 만드는 지, 악순환을 만드는 지 생각해봐야겠다.



40 신분 조건이 완벽했던 로마시민은 그 당시 특권 계급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도덕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행동양식이 요구되었습니다. 초기 로마시대의 왕과 귀족들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노년의 인생, 사랑, 생각과 선택.
붙잡으려는 것들, 그 노력의 부질없음을 알게되면 힘쓰지 않고 사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그래도 마음이 덜 아퍼지는 것은 아닐 거다. 그 아픔까지 수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일 거다.


109 우리 둘 다 인생이 제대로, 뜻대로 살아지지 않은 거네요. 그가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이 순간은, 그냥 좋네요.

111 어미는 왜 달아났어요? 새끼들만 남겨놓고요.
우리가 무섭기 때문이야. 새끼들민 남겨놓는다는 사실보다도 우리가 더 무서운 거지.

156 다른 사람의 인생을 고쳐줄 수는 없잖아요. ...
늘 고쳐주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죠.


마흔, 역성장통? 체력과 활기가 떨어진 것을 실감하는 나이. 적당한 활동으로는 몸근육, 마음근육이 유지되지 않고 유연성도 떨어진다. 부단히 자신을 돌보고 가꾸면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때.
가볍게 읽었다. 각자의 길이 있기에..


9 마흔을 위한 마음 공부의 핵심은 상실의 고통을 끌어안고 전환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42 트라우마를 겪더라도, 그 경험을 의미 있는 스토리로 바꿔낼 수 있으면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69 인간은 본질적으로 긴장이라곤 전혀 없는 안락한 상태를 원하지 않습니다. 분투할 대상이 필요한 존재입니다.
...의미 자체를 추구해서는 얻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생각에서 빠져나와 활동에서 비롯된 충만함이 쌓이면 나중에서야 '이것이 내 삶의 의미구나'하고 깨닫게 되지요.

91 복잡성은 인간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복잡성이 줄어든다는 것은 마음이 메말라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237 갈등은 나쁜 것이 아니라 감탄의 원천입니다. 우리는 갈등을 겪고서야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람과 세상의 이면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241 용서는 인간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용서해줄 자격조차 없습니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많은 흠결을 갖고 있습니다.
... 인간이 용서할 수 있는 대상은 자기 자신뿐입니다. 다른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음 인간의 영역 밖에 있는, 아무런 흠결도 갖고 있지 않은 존재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약속시간까지 30여분 남았을 때, 서점으로 들어가 수 많은 책 중에 이 책을 집었다. 잠깐의 짧은 그 시간이 즐거웠다. 다시 책을 찾아 읽었다. 유익한 오락과도 같았다.

작가와 작품의 안내서. 이미 읽었던 책에 관한 것도 모르는 책도 반갑고 흥미진진했다. 몰랐던 일화를 듣고 존재조차 몰랐던 작가와 책을 만났다. 읽고싶은 책이 가득한 서재나 도서관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

저자의 마음에 담겨진 문구와 소감을 읽어내려가면서 좋은 부분들을 따로 담지 않았다. 어설프더라도 겹치더라도 직접 그 책을 읽어보고 나만의 문장을 찾고 싶다.



바다 속을 헤엄치듯 파란색 표지에 파란색으로 프린트된 글씨를 읽어나갔다.

음악의 마법이 펼쳐진다.
음악으로 공간을 채운다.
그 공간이 달라진다.
냄새가 바뀐다.
그리고 사람도.

음악을 하는 주인공(저자)의 여행길.
노래하듯 쓰여진 책.

"우리가 노래하듯이
우리가 말하듯이
우리가 헤엄치듯이 살길"



65 자신이 한 말을 지키는 사람. 그건 손이 떨리도록 멋진 말이었다. 나는 그날 합주를 거기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음악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어떻게 사느냐기 중요한 것이지. 그 순간에 나는 다짐했다. 수많은 거짓과 모방이 판치는 그곳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면, 그 사이에서 '진짜'가 될 수 있다면, 그때 진정한 예술가로서 음악을 할 것이라고.

87 "예술가, 그게 어떤 건데?"
"진정한 예술가는 자기가 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야."
...
"말은 멋있지? 그런대 막상 내가 했던 말을 지킨다 해도 돌아오는 건 없더라고."
"뭐가 돌아와야 하는데?"

93 "선아, 거창한 걸 생각하지 마. 뱉은 말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으면 그냥 할 수 있는 만큼의 말을 하면 돼. ..."

148-149 헬리크리섬처럼 특별한 자리에 핀 꽃들 대부분은 스스로 괴로워하다가 죽어요. 여기 있던 파란 꽃들은 하얀 꽃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주위의 꽃들이 하얀 꽃을 얼마나 따돌리고 무시했을지 생각해봐요. 특별한 꽃들은 매일 괴로움에 몸부림쳐요. ..."
"그럼 하얀 꽃도 결국 죽었겠네요?"
...
"... 그 꽃은 별난 환경 속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았어요. 그 꽃은 자신의 가치를 알았어요. 자신의 아름다움이 그들의 잣대와 평가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어요. 물을 듬뿍 마시고 하루 종일 햇빛과 대화했어요. ..."

알 듯 말 듯... 심오함을 따라가기엔 나의 내공이 부족하다. 나중에 다시~


한국사회의 문제를 바라본다. 흥미롭게 읽었다.

현재 갈등이 심화되고 온라인에서 많은 논쟁이 일어난다. 우리는 분노사회, 아니 증오사회에 살고 있음을 생각해본다. 권위주의와 집단주의의 팽배. 각박한 세상에서 나의 좌절과 불만을 표출할 증오의 상대를 찾는다. 나와 반대편에 있는 사람 또는 약자가 그 대상이 된다.

사회의 문제와 개인의 문제가 서로 영향을 주지만 근본적인 원인으로 또는 개선의 여지를 개인에게 둔다. 개인이 바로 서야하는데 그렇지 못함을 지적한다. 역사, 교육, 문화 등의 요인이 있지만 그것을 반항없이 무력감으로 받아들이는 개인에게도 책임이 있다. 개인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때 악순환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남 탓 하는 건 쉽다. 그 길은 사회를, 스스로를 망가뜨린다.

나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스스로를 방치하지 않는다.


30 우리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 때, 하루하루 이어지는 생활 속에서 중심을 잃을 때, 내 삶을 나만의 이야기로 써나가는 방법을 배우지 못할 때 삶은 분노가 된다.

34 사회에 대한 정당한 관념을 요구하는 분노가 합리적인 저항으로 이어지는 반면, 삶의 실패나 열등감에서 생겨난 분노는 무차별적 대상을 향한 증오로 이어진다.

44 결국 분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자기 삶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합리적인 개인 없이 합리적인 사회는 불가능하다.

77 이(젊은 세대)들은 정치 경제적 이슈 같은 집단적 담론에도 비교적 무관심한 세대로 꼽힌다. 그러나 그들이 그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관심사에만 집중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들의 무관심은 오히려 현재의 권력과 경제를 독식하고 있는 기득권에 대한 불신에서 온다.

92 스스로는 자기가 원자화된 특별하고 고유한 존재라고 믿지만, 늘 획일화된 집단의 기준에 파묻혀 살아간다. ... 개인의 소외는 바로 그러한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사이에서 표류된 이들에게 존재한다.

97 그들은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믿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약자를 공격함으로써 우월감과 희열을 느끼고자 한다.

112 진정한 교육은 그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자신이 누군지 성찰할 힘을 주며, 여러 관계들을 조화롭게 이끌어갈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을 제공해준다.

120 나이 꿈, 욕망, 취향, 사랑, 양심, 생각, 감정 그 어느 것에도 사회가 없는 것이 없다. 결국 우리가 우리 자신을 알고 나아가 바꾸고 싶다면, 내가 사회와 맺고 있는 이 밀접한 관계성을 인정해야 한다.

149 나르시시즘이 기본적으로 퇴행적인 것이라면, 타자와 연계된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이 생성적이다.

176 고귀한 인간, 주인으로의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복종시킬 '가치에 대한 엄격함'을 지닌 자이다. 그는 객관적으로 가장 옳은 가지, 합리적으로 가장 정당한 가치를 탐구하고 선택하여 그 가치를 실현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그렇게 선택된 그의 삶은 그 가치에 대한 책임감을 통해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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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에도 길이 보이지 않았다. 이야기가 하려는 의미도 나만의 의미도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끝났다.

93 ... 그 찬란하게 빛나거나 견딜 수 없게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은, 리피트되고 리피트되고 또 리피트된 회상과 서술과 과잉된 감정으로 인해 이제 그녀 자신에게조차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은 기억들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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