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소설 「파이 이야기」 작가다.
그의 단편들이고 초연작들이라고 해서, 「파이 이야기」 같을 거라는 기대 없이 읽었는데... 그냥 읽었는데 너무 좋잖아.
마음을 건드렸고 과거를, 인생을 생각했다.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

죽어가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힘들다. 그렇지만 끝까지 응시한다. 달리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옆에 함께 있어주는 것. 아 아무 것도 아니나 소용없는 일이 아님을 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나가 되지 않는다. 서로 사랑과 신뢰로,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고 순간의 실수를 허용하고 용서받고 용서할 수 관계. 관계의 깊이에 따라...

마음이 맞는 대학 후배 폴이 여행지에서 자동차 사고로 수술 중 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됐다. 매일 같이 자주 폴을 찾아가 투병을 함께한다. 악화되는 상태와 아픔과 고통으로만 남은 시간을 채울 수 없었다. 그래서 둘은 책을 쓰기로 했다. 매년의 특별한 실제 사건들과 함께 가상의 가족 이야기를 만들었다.
역사적 사건들은 새롭거나 위대한 것도 있지만 폭력과 잔인한 죽음이 얼마나 많은 지... 세상은 고통이고 사람은 세상을 악화 시키는 존재인가? 세상의 극심한 고통이 개인의 고통을 상대적으로 절감시켜줄까?

암 투병으로 떠난 친구와 매일같이 찾았갔던 그 친구의 절친이 생각났다. (둘 다 내 친구) 아픈 친구는 끝까지 힘을 냈던 것 같고, (폴처럼..) 후자는 함께 있을 때도 떠난 후에도 오래도록 힘들어했다.

68 죽음은 우리의 운명이고, 파괴는 우리의 가장 위대한 재능이다.

82 폴과 같이 있으면 너무도 살아 있는 느낌, 환하게 살아 있는 느낌이 든다. 그와 떨어지면, 사물이 꽉 찬 공간에 들어간다. 하찮은 일들, 상업적인 것, 천박함이 내게 달려들어, 둔한 나태 속에 빠지게 한다.



<미국 작곡가 존 모턴의 <도널드 J. 랭킨 일병 불협화음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었을 때>

남다른 인생의 떨림과 고단함, 멋지지만 불안함. 대신 안정된 남 같은 인생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것이 내 운명인 것처럼 길을 선택한다.

105 윌리엄스가 몸을 돌렸다. 그가 오른손을 들었다. 연주자들이 활을 현에 댔다.
잠시 고요했다.
그가 손을 내리자, 내 귀는 음악에 휩싸였다.
그 볼륨에 귀가 멍했다. 한순간 극장은 고요에 잠기더니, 다음 순간 거대한 음악의 물결이 밀려들었다. 꼭 빈 허파에 불현듯 맑은 공기다 채워지는 것 같았다. 실체 없는 뭔가가 - 굽이굽이 돌고 미끄러지고, 슬쩍슬쩍 비키는 것 - 우리를 에워싸며 공간을 차지해버렸다. 갈라진 틈 하나까지 메워버렸다.

135 난 여기가 싫소. 낮에 올 때마다 여기가 마음에 들어서 반할 뻔하는 게 싫소. 편안하고 따뜻하고, 사람들은 친절하고...... 어떤지 알 만하지.
.... 그러다가 퍼뜩 깨닫지. 여긴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너무 교활한 곳이라는 것을. 그게 사람에게 스멀스멀 기어드는 거요. 쳇바퀴 도는 생활에 익숙해지는 거지. 그러면 그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하지. 결국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게 돼. 그러다 눈 한 번 깜박하면 사십 년이 흘러가고 인생이 끝나는 거요. 가끔 낮에 여기 와서 밖에서 들여다보며 자신에게 물어보지. '왜 이 사람들은 더 요구하지 않을까?'


<죽는 방식>

사형수를 처형하고 교도소장이 사형수의 어머니에게 그 죽음에 대해 편지로 알린다. 무엇을 먹었고 상태가 어떠했고 이렇게 죽었다고.. 다양한 케이스를 가정한 여러 편지문이 나온다. 반복해서 변형된 죽음의 모습을 보니 어떻게 죽었는지가 머가 중요한가 의문이 들었다. 죽음은 두렵고 충격을 준다. 사형수와 그 죽음에 관여하는 사람들, 가족.
사형수를 처형함으로 육신의 죽음 이전에 많은 이들의 마음이 처형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타 애터나 거울 회사: 왕국이 올 때까지 견고할 거울들>

미니멀라이프를 하는 손주는 할머니가 살면서 버리지 않은 물건에 진저리를 치며 할머니가 필요한 물건을 어렵게 찾고 있었다. 그러다 거울을 만들는 궤짝을 발견하고 할머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와의 로맨스를 들려주며 기계를 작동시켜 거울을 만든다.


옛날 그 시절을 담은 물건들이 지금 세대에게 어떤 인상과 여운을 주기 힘들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가치는 세대를 넘어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이다.


214 (할머니가 내게 그 거울을 주었다. 여전히 소유는 내게 버겁지만 - 내가 사는 아파트는 휑하고, 옷도 거의 없고, 가진 것도 별로 없다 - 이 거울은 내게 소중한 재산이다. 가끔 꺼내 들여다보면서, 내가 바보스럽게도 몰랐던 모든 말들을 상상하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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