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아버지, 그리고 몇몇 선생님들의 야비스러운 명예심이 연약한 어린 생명을 이처럼 무참하게 짓밟고 말았다는 사실을 생각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왜 그는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소년 시절에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만 했는가? 왜 그에게서 토끼를 빼앗아버리고, 라틴어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던 동료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는가? .... 172

평일에 손이 시꺼매지고, 팔다리가 피곤해지도록 일을 하고 난 뒤라야 일요일의 거리는 축제 분위기로 들뜨고, 태양은 더욱 밝게 빛나고, 모든 것이 보다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었다. 햇볕이 드는 집 앞의 벤치에 앉아 마치 제왕처럼 환한 얼굴을 하고 있는 정육점 주인이나 피혁공, 빵집 주인이나 대장간 주인을 한스는 이제 이해할 것만 같았다. ..... 243

어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아 입시전쟁을 치르면서 말 잘 듣는 아이로 지낸 한스의 불행... 한스가 지나가고 바라보는 자연을 묘사될 때 내 상상의 시선도 같이 따라가 책이 술술 읽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