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한 끝까지 그 속에서 버텼을 것이다. 혼자 살아남을 것을 가장 두려워했을 것이다. p.87

나를 사로잡은 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선생은 압니까, 자신이 완전하게 깨끗하고 선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양심이라는 눈부시게 깨끗한 보석이 내 이마에 들어와 박힌 것 같은 순간의 광휘를. p.116

헬멧과 방패로 중무장한 경찰 백여명을, 차창마다 철망이 쳐진 전경차들을 당신은 보았다. 무엇 때문에 저렇게 무장했을까, 얼핏 생각했다. 우린 싸움을 못하고 무기도 없는데. p.115

내가 몰래 그 책을 펼친 것은, 어른들이 언제나처럼 부엌에 모여 앉아 아홉시 뉴스를 보고 있던 밤이었다. 마지막 장까지 책장을 넘겨, 총검으로 깊게 내리그어 으깨어진 여자애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을 기억한다. 거기 있는지도 미처 모르고 있었던 내 안의 연한 부분이 소리 없이 깨어졌다. p.199

사람들은 화사하고 태연하고 낯설어 보였다. 믿을 수 없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데. p.205

광주는 아니지만 영화 변호인에서 임시완의 고문장면이 떠올랐다.
시민들의 죽음과 살아남은 자의 고통.
자의든 타의든 폭력을 가한 사람들은 그 기억을 가지고 어떤 맘으로 살고 있을까.
이 책을 읽음으로 내 안의 연한 부분이 금이라도.. 아니면 흠집이라도 나지 않았을까...
블로거의 글에서 '5.18을 외면하는 것은... 학살의 책임자를 사면하는 일'이라는 말에서 5.18뿐 아니라 얼마나 수많은 일들을 외면하고 살았는가... 그 일들과 가깝게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아프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을까.. 역사는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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