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구세대인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입장을 이해시키기듯 얘기하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모순이 드러나고 교묘한 자기 합리화와 변명이었다. 세상을 바꾸겠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데 그 안에 여자는 열외다. 구세대인 그들도 과거에 진보적인 청년이었고,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의지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자신의 자리를 고집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꼰대가 되었다. 묘하게 그 사람이 안타깝게 여겨진다. 그를 비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나를 포함)는 다를까 싶다.
먼저 읽은 <남아 있는 나날>, <창백한 언덕의 풍경>과 꽤 유사하다. (작가도 "같은 책을 세 번 썼다."라고 말했다.) 세 권을 읽기까지 반복되는 패턴이 지루하거나 시시하지 않고 오히려 결말까지 어떻게 이어질지 흥미진진했다. 그런 힘을 가진 가즈오 이시구로에게 감탄했다.
역자후기에서 내가 느꼈던 것과 공통되는 부분이 많았다. 분명 이야기는 명확하지 않은데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게 그려내는 재능이 있는 듯.
덧. 명백한 오타?가 적어도 세 개는 보인다.
63 "그 사람이 우리에게 경고했소. 마스지의 사지는 온전하지만 내면에는 흠이 있다고 말이오. 나태와 속임수를 좋아하는 나약한 구석이 있다고. 그 일 기억나오, 사치코?"
81 "... 용감한 젊은이들은 어린석인(은) 대의 때문에 죽고 진짜 죄인들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가 탄로날까 봐 겁내고,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기를 두려워하죠."
100 ... 군중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고 내가 떠밀려 가는 방향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네.
267 "우리는 적어도 믿는 바를 위해 행동했고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저 마지막에 우리가 평범한 사람들이었음이 드러난 것뿐일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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