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급 집사 스티븐슨의 삶, 자부심, 가치, 소신, 품위에 대해 나열하지만, 점점 썰물로 갯벌이 드러나듯 소심, 변병, 불통, 회피의 모습이 드러난다.

처음엔 스티븐슨의 전문적인 집사란 무엇이다를 경청하듯 읽었다. 그러다 맹목적인 순종은 생각 없는 부속품의 삶일 뿐이며, 분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머리 복잡하다고 또는 힘이 없다고 침묵하는 것도 결국은 동의를 하는 모양새라는 지적들이 툭툭 던져지면서 과연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져준다.

스티븐슨은 자연를 보며 진정한 '위대함'이 무엇인지 깨달았는데도 '위대한 집사'를 이런 거다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깊은 곳에서는 알지만, 오랜 세월 자신이 살아온 삶을 부정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며 자신을 지키려는 것 같았다. 좋은 점만 바라보며 그 이면은 외면한 체 과거의 가치를 강요하는 일부 기성 세대의 모습이 보인다. 아니 세대를 떠나 아이도 어른도 모든 사람들이 가진 모습이며, 우린 그걸 어필한다고 좋게 얘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스티븐슨에게 분주한 낮의 시간(과거)이 지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저녁 시간, 황혼의 때에 앞으로 '남아 있는 나날'을 생각하며 사는 것이 어떠냐며 권한다.


39 그렇다면 이 '위대함'이란 정확하게 무엇인가? ... 명백한 극적 효과나 화려함의 '결핍', ... 차분한 아름다움, 절제의 미 ... 마치 땅 자체가 자기 자신의 아름다움을, 위대함을 자각하고 있어 굳이 소리 높여 외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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