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나의 눈부신 친구]

릴라와 레누. 서로 너무나 다른 둘은 서로에게 자극과 영감을 주며 성장할 수 있었다. 때로는 호감와 지지로, 때로는 질투와 경쟁으로 대하며 미묘한 감정과 생각의 흐름을 그려진다.
어릴 때부터 험난했고 넘어지고 꺾였다. 그럼에도 인내와 용기를 갖고 나아가는 이들이 빛났다.
둘은 나와 다른 서로가 눈부신 친구였다. 함께 할 때 더 빛날 수 있는 친구였다.

40 내겐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없다. 우리의 유년기는 폭력으로 가득했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매일매일 별의별 일들이 일어났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인생이 특별하게 기구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고 어쩔 수 없으니까.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고 타인들도 우리 인생을 힘겹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다.


[2부: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청년기의 레나와 릴라는 심하게 넘어지고 아프고 도망가고 싸우고 고민하고 치열하게 살아낸다. 불편했던 이야기도 있지만 인생에 그런 불편함이 가까이 공존한다.


137 어머니들은 남편과 아버지와 남자 형제들의 육신에 잠식되어 날이 갈수록 외모까지 그들을 닮아갔다. 그렇지 않더라도 육체적 노동으로 노쇠하거나 병을 얻어 여성성을 잃어갔다.

469 릴라가 없는 내 삶을 이야기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시간은 평온하게 흘러갔고 중요한 사건들도 공항 컨베이어벨트 위에 실린 가방처럼 지나갔다. 하나씩 순서대로 들어 올려서 페이지 위에 옮겨다놓기만 하면 그걸로 끝이다.
그동안 릴라에게 일어난 일을 되짚어보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다. 릴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면 컨베이어벨트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지거나 빨라진다. 급커브를 돌기도 하고 경로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그러면 여행 가방이 떨어지고 가방이 열려 안에 든 것들이 여기저기 흩어지게 되는 것이다. 흐트러진 물건이 내 짐과도 섞여버려서 결국에는 릴라의 물건을 주워 담기 위해서 막힘없이 술술 써내려갔던 내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지금까지 너무 요약해서 썼던 이야기를 다시 풀어써야 했다.


[3부: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사람은 존중받고 인정받길 원한다. 이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너무 과할 때 우린 중심을 잃게 된다.
결혼과 출산, 육아... 시대가 변한 지금도 큰 문제이기에 점점 이 길 위에 아예 서지 않기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여자든 남자든.. 너무 어려운 문제다.


397 나는 먼저 내 자신을 이해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 여성성을 탐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나는 너무 과하게 애를 썼다. 남성의 능력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다. 뭐든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뭐든 다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398 해답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4부: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잘못된 길로 가다가 심하게 다쳤을 때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 때문에 상처 받고 더 복잡해질 때도 있다. 세월이 흘러 여전히 극복할 수 없는 부분,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다.
이해를 하고 안정감을 원하지만, 지속가능한 만족은 없다. 인생은 마지막까지 복잡하다.

663 소설과 달리 진짜 인생은 일단 지나간 후에는 명확해지기보다 모호해지는 법이다.





1권(유년기/사춘기)은 즐거웠고 2권(청년기)은 불편했고 3권(중년기)은 우울해졌고 4권(노년기)은 쓰라렸다.
한권씩 읽어갈수록 점점 에너지가 많이 소비됐다. 사람의 민낯이 어디까지 일지, 그 안에 어떤 사정이 그렇게까지 밀어넣는 건지, 원래 그렇게 태어나는 건지... 인생의 시기에 따라 상황이 나빠진 걸까, 아니면 어릴땐 희망이 있고 꿈꿀 수 있었는데 점점 경험할수록 세상도 자신도 별거 아니라는 허무함.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싸워야한다는 걸까. 아무 소용이 없을지라도.

끝까지 읽겠다는 일념으로 버텼다. 다 읽고나니 잘 한 건지 모르겠다. 작가의 메세지처럼 모호하다. 전도서의 '헛되고 헛되며 또 헛되도다'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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