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욕심 안 부리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믿음과 인내심으로, 서로 의지하며 사사로운 잘못은 이해하고 웃어넘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는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이다.

13 내일이 없는 아비 어미의 자포자기한 생활, 자포자기한 사랑 때문에 아이는 배도 안 부르고 이빨만 썩을 사탕을 먹게 된다. 떡 한 쌀, 엿을 골 엿기름 한 줌이 없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없는 것이 어디 그것뿐일까. 코딱지만 한 남의 곁방살이, 처마 밑이 부엌이고 아궁이에 지필 나무 한 가치 없고 간장 된장도 사 먹어야 하는 뜨내기 살림, 아이 입에 사탕만 물리던가? 돈 생기면 허기부터 달래려고 우동을 먹게 된다. 우동만 사 먹는가? 환장한 가장은 야바위판에 주질러 앉아 돈 털리고 호주머니 바닥 털어 술 사 먹고 돌아와서 계집자식 친다. 내일이 없는 뜨내기, 그들은 모두 허무주의자다. 허무주의는 소비를 촉진한다.

131 ...얻는 과정에서 잃어가는 과정을, 아니 얻었기 때문에 잃어야 하는 과정을 서희는 시시각각 느낀다. 팽창에서 위축의 과정으로 들어선 육체적 자각과 더불어. 그 무섭고 끈질겼던 집념은 다 어디로 갔는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