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의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나오는 <하느님의 구두>가 궁금했다.

<영혼의 편지>로 반 고흐의 이야기에 감동했었고...

5개 넘는 지역 도서관 중 한 곳에 이 책이 있었다!

(이 책을 알게 해준 신경숙 작가님에게 감사하다~ ㅎ)

 

제목이 왜 구두일까..?

제목으로 사용될 만큼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읽고 나서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고흐가 구두 하나를 바라보는 시선.

보통의 사람이 발견할 수 없는 많은 의미를 담아낼 수 있다는 것.

산과 들, 흙, 사람, 그 고단함, 삶...

아직까지도 알아보지 못한 부분이 남아있겠다 싶다. 

 

 

 

지난 겨울 고흐 전시회에 다녀왔지만 좀 아쉬움이 남았다.

고흐를 충분히 보지 못 했다는 느낌.

고흐의 작품을 오랜 시간 바라보고 싶다.

네덜란드에 가보고 싶다.

 

 

 

 

 

그림은 창문과 같다.

그림을 통해 우리는 가로막힌 벽 대신 산과 들을 바라보고

우리 영혼의 가장 어두운 구석에 빛을 들여온다.

- p.17

 

 

지난해, 어느 책에선가 책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이를 낳는 것과 같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저는 아기를 키우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자연스럽고 가장 훌륭하다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이 일들을 어떻게든 서로 비교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 p.49 (편지 641a)

 

 

 

 

침묵하고 싶지만 꼭 말을 한다면 이런 걸세.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산다는 것.

곧 생명을 주고 새롭게 하고 회복하고 보존하는 것.

불꽃처럼 일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하게, 쓸모 있게, 무언가에 도움이 되는 것.

예컨대 불을 피우거나,

아이에게 빵 한 조각과 버터를 주거나,

고통 받는 사람에게 물 한잔을 건네주는 것이라네.

- p.125-126 (삶의 신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고흐의 답변)

 

 

 

 

이 책을 엮음 신성림은 진정 고흐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에서 고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다른 이가 엮은 2권을 읽다 확실해졌다.

고흐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2권은 중도에 덮었다.

 

동생 테오 반 고흐는 빈센트 반 고흐의 소울메이트였던 것 같다.

두 형제의 위하는 마음, 그림에 대한 열정, 세상을 보는 눈이

몸은 떨어졌지만 머리가 같은 두 사람처럼...

어떻게 두 사람 다 그렇게 짧은 인생으로 마감했는지.. 안타까웠다.

 

얼마 전에 애니어그램 검사를 했는데

나는 완벽가였고 낭만가를 지향하는 것은 부정적 진행이란 문구를 봤다.

낭만가에 고흐가 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에게 엄격했고 지향하는 바가 높았다.

낭만과 완벽으로 훌륭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지만

본인에게 독이 되었고 고통 속에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다 그렇게 가버린 것 같다.

 

 

본의 아니게 쓸모 없는 사람들이란 바로 새장에 갇힌 새와 비슷하다. 그들은 종종 정체를 알 수 없는 끔찍한, 정말이지 끔찍한 새장에 갇혀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

이 감옥을 없애는 게 먼지 아니? 깊고 참된 사랑이다. 친구가 되고 형제가 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최상의 가치이며, 그 마술적 힘이 감옥 문을 열어준다.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죽은 것과 같다. (p.25)

 

이제 여기가 어떤 곳인지 너도 알겠지. 여기에 있으면 수백 점의 걸작품이 있는 전시회에 와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 날 무얼 가지고 집에 돌아왔겠니? 그저 대충 틀만 잡은 스케치 몇 점이지. 그러나 그것 말고도 또 있다. 그림 속에 담겨 있는 조용한 기쁨이다. (p.105)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왜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p.190-191)

 

우리가 그렇게 가벼운 존재라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세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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