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장호 감독님의 '시선'이라는 영화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선교, 순교와 배교. 극한 상황에서 껍질 속에 숨어있던 본모습이 드러나는 장면. 기독교인은 선한 사람이 아니라 죄인 일 뿐이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유다도 베드로도 예수님을 배신했다. 주님 앞에 사람의 죄는 그 크고 작음이 도토리 키재기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유다는 자신의 죄를 후회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베드로는 회개하고 복음을 전파하다 하나의 밀알로 순교했다. 그렇게 다른 길로 갔다.
「침묵」은 천주교를 기반이라 거리가 있다. 하지만 신부 로드리고와 기치지로의 행보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배신(배교)하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의 반복이었던 기치지로. 로드리고의 번민과 갈등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그도 기치지로와 다르지 않다는 것. 나도 악역을 담당하는 기치지로, 나약한 로드리고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판단하려 드는 날 자각하고 나 또한 별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
하나의 밀알이 되어 죽어 열매 맺는 것. 모두 맡기자~ 모든 것은 하나님이 하신다. 난 단지 의지의 발걸음만 내밀면 된다.
나는 저 사람들에 대한 연민에 끌려서 어떻게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연민은 결코 행위가 아니었다. 사랑도 아니었다. 연민은 정욕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본능에 지나지 않았다. 212
"나는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함께 고통을 나누고 있었을 뿐"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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