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의 1/15을 발췌한 책이다. 대서사시 급의 원문 번역은 찾기 힘든 것 같다. 해설을 보니 정치적 사회적 상황 등 배경지식 없이 접근하기 어렵다고 줄거리와 인물 중심의 발췌본이다. 해설자라는 필터를 통해 책을 읽는 건 본연의 맛은 느끼기 힘들겠다 싶으니까 가볍게 읽었다.

이상을 꿈꾸는 인물들이 배우자나 돈과 같은 현실에 막히면서 생각했던 경로와 다른 방향으로 조정해가며 산다.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할 수 있지만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것만이 의미있는 것은 아니라고 작가는 말한다. 
또한 누군가 실패와 잘못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함께하고 돕는 인물들의 삶도 세상을 바꾸는 일이겠다 싶다.

167 당신과 나를 포함함 우리 형편이 머리로 상상했던 것보다 그리 나쁘지 않은 까닭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성실하게 살다가 찾아오는 이 없는 묘지에 잠든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77 우리가 평범한 인간 생활을 전부 예민하게 보고 느낀다면, 풀입이 자라는 소리나 다람쥐 심장의 박동까지 들려서, 침묵 저편의 저 커다란 울부짖음을 듣고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실상 우리 가운데 가장 다감한 사람도 우둔함에 오관이 막혀서 평안히 걸어 다닌다.

82 이렇듯 자신도 어렴풋이 알아차리고 있는 일이라도 다른 사람이 솔직하게 그 일에 대해 말하면, 항상 그 말이 잔인하고 부당하게 들린다. 또 창피를 무릅쓰고 한 고백을 그대로 받아들여 줘도 화가 나는 법이다.


자만하지도 자책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 삶을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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