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오해하게 만들고 단정짓게 만든다.
모든 일은 그냥이 없다는 듯... 모를 땐 의미 없는 일이 알고 나니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단서가 되고 의미가 되고 원인이 되고...
모른 땐 허공이고 어둠이고 원망과 분노였던 것이 알고나니 사랑이고 상처이고 배려고 미안함과 오해였다.

카밀라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궁금해 책에 빠져 끝을 향해 달려나갔다. 달리다 보니 휙 지나쳐 눈여겨보지 못해 오히려 헤매기도 했다.

작가의 말에서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이건 독자가 해석하기 나름이 아니라 확실한 결론이 주어졌음을 확신했다. 그 사람이 아버지구나 어렴풋이 아는게 아니라. 그래서 앞을 들쳐 그 사람이 아버지라는 단서를 다시 찾았다.

서정주의 시 때문에 내가 다시 말하디 시작했다는 건 그 선생님의 착각이고, 굳이 그렇게 말하자면 그건 에밀리 디킨슨의 시 때문이었다고 하는 편이 옳겠다. 171

그리고 이런 단어들. 희망, 날개, 안개, 태풍, 희재....


단 하나의 과거도 없는 내게는 아무리 터무니없고 불합리하며 비이성적일지라도 사소한 단서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하찮은 사실 하나를 지키기 위해 상식적 세계 전체와 맞서야만 하는 순간도 찾아오리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50

진실은 개개인의 욕망을 지렛대 삼아 스스로 밝혀질 뿐이다. 101

처음에는 서로 고립된 점의 우연으로, 그다음에는 그 우연들을 연결한 선의 이야기로. 우리는 점의 인생을 살고 난 뒤에 그걸 선의 인생으로 회상한다. 2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