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꾿빠이, 이상>을 읽다가 덮었다. 이상과 관련해 아는 것이라고는 한 터럭도 없이 읽다보니 잘 모르겠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다음으로 잡은 책은 이거다.

김연수의 고향과 사투리, 시대. 자전적 소설이라 한다. 김연수 소설은 가끔 내 부족한 어휘력 탓도 있지만 너무 생소한 단어들에 가로막히곤 한다. 결국 검색을 하게 만든다. 처음엔 하나하나 꼼꼼히 찾아보다가 나중엔 문맥상 이런 의미겠거니 하고 패스하지 못한 단어만 찾아본다. 한두개가 아니니 흐름이 너무 끊기기에;; 이야기 중에 단어에 사로잡히고 사전을 찾아 읽는 것을 좋아한 아이가 김연수 작가이지 않았나 싶다.


대척지, 대척지. 정말이지 신기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워낙 나는 아버지의 손때가 잔뜩 묻은 국어사전을 펼쳐 아무 낱말이나 읽는 일을 좋아했다. 그 이후로 나는 대척지라는 단어를 즐겨 찾았다. 대척지. 정반대가 되는 곳, 혹은 지구상 한 지점의 정반대가 되는 땅이라고 뜻풀이가 돼 있었다. 57


서툴은 사람과 그 속에 있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지금의 나는 나중의 나보다 어리다. 과거의 어린 나와  미래엔 어린 나가 될 현재의 나. 그때는 몰랐던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이제는 더 알고 이해할 수 있어 나이듦이 즐거워진다. 그래서 지금 이해되지 않는 것에 답답함과 분노가 올랐다가도 서툰 사람이 나란 걸 생각하고 여유를 갖고 알아갈 날을 기다려보겠다고 맘 먹어보기도 한다. 서툴지만 단단하고 유연해지고 싶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뭔가가 나를 살아가게 한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그다음에 나는 깨달았다. 이제 내가 살아갈 세상에 괴로운 일만 남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도 누군가에게 내가 없어진 뒤에도 오랫동안 위안이 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삶에서 시간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그저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믿었던 것들이 실은 내 안에 고스란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깨닫게 됐다.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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