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 떠나다

[인간의 가면과 진실 - 폴 투르니에]

아쿠내구 2020. 4. 13. 15:59

폴 투르니에의 글에서는 천천히 꾹꾹 눌러 쓴 느낌이 난다. 쉽게 읽히진 않지만 많은 것들을 담아놓았다. 천천히 약재를 달이는 과정이 있어야 섭취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참된 인간이 되기 위해 신과 이웃과의 인격적 관계, 결합을 강조한다.
그는 아내와의 깊은 교제로 신앙과 인생의 전환과 성장이 있었다. 그래서 결혼과 가정과 여성에 대해 애정을 담고 건강한 결혼 생활을 통한 유익을 권한다.

인격 확립은 의사, 상담사, 신학자, 부모, 멘토와 같은 누구도 다른 사람를 강요하거나 대신할 수 없다. 각자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인간이 되어야한다. 점점 세상은 비인격화 되어 직장에서는 부속품처럼 느껴지고 가정과 여러 모임에서 관계가 깨지고 있다. 스스로 참된 인간이길 노력하면서 다른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88 ..겉보기 인간과 참된 인간을 분별하지 못한다.... 우리는 전 생애에 걸쳐 같은 겉보기를 계속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겉보기를 보이기 때문이다. .. 어떤 친구와는 정직하고 사려 깊은 사람으로서 사귀는가 하면, 다른 친구와는 흐트러진 태도를 가진 사람으로서 사귀기도 한다.

100 자연이 우리를 감동시키고 감탄의 염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 꾸밈없는 외관 때문이다. 자연은 아름답다. 자연은 아무런 꾸밈도 없고 단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옷을 입고 있을 것이다. 옷을 벗어버리려 하는 것은 신체 일부를 떼어내려는 것과 같을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신체와 합치하는 것이고, 옷으로 내면을 숨기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171 우리 마음을 흔들고 다른 사람과의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것은 진심이 섬광처럼 나타나는 투명한 매 순간이다. 완전한 투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완전한 투명에 최대한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무엇보다도 특권적인 인간관계는 단 하나, 즉 결혼이다. 그러므로 부부가 나누는 대화는 그것이 참된 대화인 한, 비길 데 없는 풍요함을 가지며 인격을 형성하고 자아를 발견하는 데 놀라운 효과를 지닌다.

202-203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세계에 대해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 사물의 의미에 대해서, 병이나 치료, 삶이나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스스로의 결점, 책임, 잘못을 자각하고 여기에 어떠한 해결책이 있는지 자문한다. 나는 인간이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신이 그렇게 하도록 했기 때문이고, 인간 자신이 알지 못하고 있더라도 신이 그에게 말을 건네기 때문임을 알고 있다. 신은 신자에게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말을 건넨다. 신앙이란 다만 그 이야기 상대를 인정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하는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204 그때 신이 언제나 모든 사물과 인간을 통해서 말하고, 시인을 통해서, 음악가를 통해서, 어린아이나 노인을 통해서 말하고 있음을 이해한다. 또한 본보기가 되는 위대한 신앙인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어느 누구를 막론해서 말하며, 꽃이든 동물이든 꿈이든 현실이든 모든 것을 통해서 말한다는 것도 이해한다.

205 그러나 특히 신의 말씀을 잘 들을 수 있는 것은 계시되고 구현된 '말씀'의 책인 <성서>를 통해서일 것이다. 신과의 인간적인 접촉이 확립되는 것은 바로 이 <성서>를 매개로 해서다.
... 신은 살아 있는 인격, 질문하고 간섭하고 행위하고 고민하는 인격이며, 예수에 의해 역사 속으로 들어오고 '성령'에 의해 인간 속으로 들어온 인격이다. ... 그것은 운동, 충동, 지도적 힘이지 고정된 본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