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 떠나다
[시절일기 - 김연수]
아쿠내구
2019. 9. 9. 23:25
그의 가치, 생각, 감정..
작가 김연수 말고 인간 김연수의 사적 이야기, 말 그대로 일기.
스스로를 위로하는 글쓰기.
타자도 위로할 수 있다면 좋을.
15 눈에 띄는 것을 적느라 자주 길에 멈춰 서야만 했다. 알고 보니 시를 쓴다는 건 책의 문장을 베껴쓰는 일과 비슷했다. ... 나는 이 걸작의 세세한 부분을 제대로 베낄 수 없었다.
38 가족일지라도 그를 타자로 인정할 때 관계는 정립된다.
30 '...후회는 없어. 이제는 현재를 온전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됐으니까.' 멋지다. 이런 말을 할 후 있는 여든아홉 살이라니, 정말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31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세상사가 못마땅해지는 내게 나치 수용소까지 다녀온 이 할머니가 덧붙인다. "나는 악에 대해 잘 알지만 오직 선한 것만 봅니다."
94 어둠 속에 있는 사람이 이 세계를 다르게 보려면 빛이 필요하다. ... 그 상황에서 예수를 알아본다는 건 빛을 알아본다는 뜻이고, 이 세계를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을 배운다는 뜻이다.
143 거울세계는 늘 그대로 거기 있다. 나빠지는 게 있다면 그 세계에 비친 나의 모습일 것이다.
313 예전의 나로 돌아가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갈 수 있는 예전의 나 같은 건 없다는 걸, 지훈은 그때 깨달았다. 애당초 원해서 빠진 게 아니었기 때문에 원한다고 빠져나올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