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 떠나다

[소설::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2 - 도스토예프스키]

아쿠내구 2013. 4. 4. 13:29

 

우리 시대에는 모든 사람들이 개개의 단위들로 분리되었고 각자 자신의 동굴 속에 고립되어서 다른 사람에게서 멀어져 몸을 숨기고 자신이 갖고 있는 것도 또 숨기고, 그러다 결국에는 자기도 사람들로부터 내쳐지고 또 자기 스스로도 사람들을 내치게 되는 것이지요. 고립된 채 부를 축적하면서 이제 나는 얼마나 강한, 생활이 얼마나 안정되었는가 생각하지만, 부를 축적하면 할수록 더더욱 자살과 같은 무기력에 빠져 든다는 것을 이 정신 나간 자는 모르는 겁니다...

 

청년이여,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라. 그대가 기도를 할 때마다, 만약 그것이 참되다면, 새로운 감정이 솟아날 것이며, 거기에는 그대가 이전에는 몰랐지만 새로이 그대의 기운을 북돋아줄 새로운 생각도 들어 있다. 그리하여 기도가 곧 교육임을 깨달을 것이다. 이것도 기억해 두라. 매일 그대가 할 수 있을 때마다 속으로 '주여, 오늘 하루 주님 앞에 나타난 모든 자들을 어여삐 여기시옵소서.'라고 되뇌도록 하라. 이는 매 시각, 매 순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 땅에서의 자신의 삶을 끝내고 그들의 영혼이 주님 앞에 서기 때문이며 -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게, 누구 하나 그들을 안쓰러워하기는커녕 심지어 그런 사람이 살았는지 어땠는지도 전혀 모르는 가운데 슬픔과 우수 속에서 땅과 완전히 결별하기 때문이다. 자, 이제 그들의 명복을 비는 기도가 이 땅의 반대편 끝에서부터 주님께로 올라갈 것이니, 비록 그대로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그대를 전혀 몰랐다 할지라도 그럴 것이다. 주님 앞에 공포감을 느끼며 섰던 그의 영혼이 자신을 위해서도 기도를 해 주는 자가 있으며 지상에 자기를 사랑해 주는 인간 존재가 남아 있음을 느낀다면 바로 그 순간 얼마나 감동하겠는가. 더욱이 하느님은 그대들 둘을 모두 더욱더 자비롭게 바라볼 것이니, 이는 그대가 그들을 이미 그토록 안쓰러워했다면, 하느님은 그대보다 더 한량없는 자비와 사랑을 지니고 그들을 안쓰러워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