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 떠나다
[녹턴 - 가즈오 이시구로]
아쿠내구
2018. 7. 7. 15:33
중년의 남녀. 인생에서 다시 시작할 수도, 잘 유지할 수도 있는 시기의 남녀(부부)가 살아가는 방식과 선택이 그려진다. 그 나이쯤 되면 마음이 끌리는대로 가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는 모습은, 당사자도 바라보는 사람도 슬프지만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마음이 그려진다. 때론 강하지만 약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존재. 앞날을 알 수 없지만 앞선 경험이 쌓일수록 익숙하거나 안전하다고 느끼는 방향이 명확해진다. 그것이 나이든 사람의 편견이며 고집으로 보이기도 한다.
반면 비교적 젊은 축은 경험 부족의 시행착오적인 선택을 한다. 그 길이 아닐 것 같지만 역시 앞날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단정할 수 없다. 그래서 먼가 마음에 걸리지만 그대로 지켜본다. 설사 잘못된다면 그 경험이 약이 되길 바란다.
재능과 지식과 기회가 많고 적음이 행복을 결정지을 수 없다. 생각지 못한 경험과 만남이 기쁨과 슬픔이 된다. 사람 그리고 생애에 대한 이시구로의 해석이 묵직하다.
11 한 광장에서 세 개의 밴드가 동시에 연주를 한다면 정말이지 아수라장이 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산마르코 광장은 상당히 넓어서 그 모든 소리를 수용한다. 광장을 가로질러 걷는 관광객은, 한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 소리가 잦아든 다음에야 점점 커져 가는 다른 밴드의 연주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마치 리디오 채널을 바꾸는 것처럼.
141 "틸로가 여기에 오면, 당신에게 말할 거예요. 결코 용기를 잃지 말라고요. 그 사람은 당연히 이렇게 말하겠죠. 런던으로 가서 밴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고요. 당신은 틀림없이 성공할 거라고요. 그게 바로 탈로가 당신에게 한 말이에요. 왜냐하면 그게 그 사람 방식이니까요."
"그럼 당신이라면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나도 똑같이 말을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당신은 젊고 재능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난 확신은 할 수 없어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인생에서 많은 실망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 정상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꿈을 가질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말은 하면 안될 것 같아요. 난 모범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당신은 나보다는 틸로랑 훨씬 비슷해요. 실망이 닥친다 해도 계속 노력할 거예요. 틸로처럼 당신도 말하겠죠. 난 무척 운이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