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흔하디 흔한 싱아가 서울 뒷산에선 보이지 않아 어린 주인공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 시절의 아름다움과 투박함, 일제시대와 6.25전쟁과 분단까지 우리나라에 대해 이해함으로 세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박완서의 글에 이런 힘이 있구나..


똥은 더러운 것이 아니라 땅으로 돌아가 오이 호박이 주렁주렁 열게 하고, 수박과 참외의 단물을 오르게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본능적인 배설의 기쁨뿐 아니라 유익한 것을 생산하고 있다는 긍지까지 맛볼 수 있었다. 29

우리는 그냥 자연의 일부였다. 자연이 한시도 정지해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고 변화하니까 우리도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30

"너는 떨어진 물건을 보고도 못 본 척해라. 줍긴 왜 주워. 떨어트린 사람은 되짚어 오게 마련이니까 그 사람이 찾아가게 그냥 놔두면 될 걸. 잘난 척하고 싶은 사람이나 파출소나 선생님한테 갖다 바치는 거란다."
... 이상 사회였을까? 아니면 선행의 이기주의였을까? 90

그러나 만약 그때 엄마가 내 도벽을 알아내어 유난히 민감한 내 수치심이 보호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민감하다는 건 깨어지기가 쉽다는 뜻도 된다. 나는 걷잡을 수 없이 못된 애가 되었을 것이다. 하여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사는 동안 수없는 선악의 갈림길에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105

못다 읽은 책을 그냥 놓고 와야 하는 심정은 내 혼을 거기다 반 넘게 남겨 놓고 오는 것과 같았다. 157

수모와 단련 끝에 감옥살이가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이 땅을 택할 만큼 이 땅에 더 있는 자유는 과연 무엇인가? 그래, 참 국가원수를 광신하지 않을 자유가 있지.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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